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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의 가족 재산이 1조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점점 그의 행보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진다고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낵 총리 가족 재산은 7억3천800만 파운드(1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영국 매체 선데이타임스가 집계했다.
이러한 배경이 수낵 총리를 영국 대중과 갈라놓는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지출을 삭감해야 하며, 경기 침체에 직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커진다는 진단이다.
이미 야당과 여론 일각에서는 대놓고 그의 재산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노동당은 지난 26일 국립 의료 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2만년을 일해야 쌓을 수 있는 재산이라고 몰아세웠다.
정치 평론가들도 특히 경제가 어려운 때에는 수낵 총리의 재산이 집중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런 배경이 그의 정치적 인기나 정책 추진에 변수가 될지를 놓고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치행정학 교수인 버넌 보그다노는 "그의 재산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가 지출 삭감에 따른 고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약 계층의 호소에 민감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덜 부자인 누군가보다 더 나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와 그가 속한 보수당은 그의 은행 계좌가 아니라 그의 행동이 중요한 것이라며 이런 비판론에 맞서고 있다.
영국에서 수낵 이전에 가장 부자였던 총리는 에드워드 스탠리(1799∼1869년)로, 18세기 귀족 출신으로 개인 재산이 당시 700만 파운드였다.
이를 영국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현재로 환산하면 6억1천300만 파운드(1조63억원)에 달한다.
역대 총리 재산이 대체로 토지 소유에 따른 것이었다면, 수낵 총리 재산에서는 재벌가 출신 부인인 아크샤타 무르티의 비중이 크다.
무르티는 부친이 세운 인도 기술 대기업 '인포시스' 지분 1% 정도를 소유했다.
수낵 총리는 태생부터 '금수저'였다기보다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 자수성가한 쪽에 가깝다.
수낵 총리는 과거 의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가 그에게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해주려고 열심히 일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이 현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그는 8월 차기 총리 선거에 출마하면서 "나는 부모님께서 내게 해주신 것을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재산을 두고 곱지 않은 눈초리가 쏠리는 것은 그가 자신의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는 26일 하원에서 수낵 총리에게 이른바 '비거주 과세 규정'을 철폐할 것인지 질의했다.
이 규정은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해외 소득에 대해서는 영국 과세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수낵 총리 부인인 무르티를 겨냥해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앞서 무르티가 이 규정의 수혜자라는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 보도가 나오면서 수낵 지지도가 곤두박질친 바 있다.
하원에서 수낵 총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노동당은 영국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수낵 총리의 재산을 도마 위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노동당 의원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그가 이해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정치 평론가인 윈 그랜트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상황이 나쁘게 돌아간다면 수낵 총리의 재산이 화두가 되겠지만 상황이 꽤 잘 돌아간다면 이슈가 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의 부동산 보유도 관심사다.
그의 가족은 런던에서도 부촌인 켄싱턴에 아파트 한 채, 침실 5개가 달린 주택 한 채를 소유했으며, 잉글랜드 북부에 수백 년 된 저택 한 채, 미 캘리포니아에 펜트하우스 한 채도 있다.
수낵 총리는 차림새에서도 명품을 애용하는 것으로 포착됐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영국 빈민가 중 한 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탈리아 명품 구두 프라다 신발을 신은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고, 한 벌에 수천 달러인 런던 양복점 '새빌 로' 정장을 입은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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